내일이면 후회할 주저리 주저리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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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하루하루 million tiny little things/나를 위한 시간

내일이면 후회할 주저리 주저리 일기

by 영어덕후 2020. 10. 15.

아마도 내일보면 얼굴 화끈해질, '이걸 내가 왜 썼을까'싶은 이야기가 될 것같습니다. 요새 기분이 멜랑꼴리해져서리 최근 급 다운을 경험, 바닥 찍고 올라오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과연 바닥을 치고 올라갈런지, 바닥의 끝을 맛 보려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생활(social) 단절,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인한 힘듦, 또 열심히 안산것같지않는데 그닥 달라지지 않는 경제상황등이 원인이던 것 같습니다. 힘들때마다, '한국에서 살았더라면 지금쯤 어땠을까' 란 생각을 해봅니다. 정신 건강에 좋을게 없는 what ifs. 아이들이 이곳생활을 너무나 만족하기에 '그걸로 됐지'라며 위안을 해봅니다. 가을이 되서 마음이 쓸쓸해진 탓도 있을테구요. 그래도 나쁘지많은 않았다고 스스로 위안을, 암시를 걸어봅니다. 

그래서!

굳이 좋았던 점을 찾아볼까 합니다. 



1. 둘째아이의 한국어 실력 급상승

첫째 아이에비해 일찍이 미국사회 생활에 노출(?)된 둘째는 첫째보다 늘 한국어 실력이 한참은 아래였습니다. 우리와 한국어로 소통이 잘 안될만큼. 확실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또 한글학교도 하면서 스스로 조금은 동기가 생기는지 저한테 곧잘 '이건 한국어로 뭐라고 해야해' 묻곤 합니다.  같이 도도솔솔라라솔 같은 유치한 한드도 보고, 청춘기록도 챙겨보면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는 중입니다. 예전처럼 애들 액티비티로 바빴으면 꿈도 못 꾸었을 코로나로인 한 특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2.  첫째아이의 싸가지 지적

미국에서 자란 첫째아이는 이제 뭘 좀 아는 나이가 되었는지, 자꾸 참 싸가지 없다는 느낌의 말을 툭툭 내뱉곤했었습니다. 기분 나쁜 날이 한두번이 아니었고, 어떤면에서 너무 아이 위주로 키운건 아닌지 싶은 우려도 들더군요. 할머니 할아버지, 친척과 같이 생활했더라면 이정도까진 않았을텐데, 지극히 개인주이적이고 이기적인 발언을 서스름없이 해대고, 심지어 고마움은 커녕 불평불만을 시도때도 없이 늘어놓더군요. 이 나이가 이런건지 제가 뭘 잘 못한 것이지 잘 모르겠더군요. 학교, 액티비티, 친구들과의 소셜로 바빴으면 거슬려도 화낼 시간도 없었을텐데, 같이 있다보니, 아이의 그런 모습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아무리 부모 자식간이여도 할 말 못할 말은 좀 가려해야지 않겠습니까. 부대끼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내가 어른인줄 모르고 애한테 화내고 삐지고 있더라구요. 그래도 그 과정을 거치며 아이도 조금씩 조심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3. 시간관리

아이들의 시간관리 능력이 엄청나게 향상되었습니다. 온라인 수업은 뭐 그리 나갔다 들어왔다를 하루에도 몇번을 해야하던지. 학교다니는 거랑 비슷할 거라 생각했었는데 완전 저의 오산이었습니다. 계속 온라인을 하는게 아니라 각자 숙제시간도 주어지고 그룹별로 이날은 들어오고 다른 날은 안들어오고 들쑥날쑥한 스케쥴이이더군요. 처음엔 진짜 미치는 줄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알아서 온라인으로 들어가고, 수업듣고, 숙제하고 스스로 챙겨야하는 상황이되니깐, 또 아이들이 그에 맞게 알아서 알람을 맞쳐서 일어나고, 수업시간을 구글에게 타이머와 알람을 적절하게 섞어 맞추며 제가 안봐줘도 알아서 시간되면 들어가기도 하네요. 

4. 집안일 분배

사실 집안일은 평생 숨쉬는한 함께 가는 거죠. 우리 어렷을적엔 왜 그렇게 공부만 하면 모든 면죄부가 되었는지. 처음 미국에 유학을 오고 젤 힘든 부분은 공부가 아니라, 생활 집안일이었습니다. 정리 청소, 세끼 밥해먹기, 고지서 납부, 자동차 정기적 정비 등 한사람이 살아가는데 이렇게 많은 일이 함께하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그동안 편했던건, 공부만 할 수 있었던 건 '부모님이 대신해줘서였구나' 라는걸 깨달았죠. 안해오던 일을 하려니 여간 힘에 부치는 게 아니었어요. 어차피 평생해야할 일이면, 조금이라도 일찍 손에 붙어야 어른이 되어 사는게 덜 힘든 거라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 집안일이 알게모르게 같이 분배되고, 아이들도 조금씩 자기 뒷정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자기방 청소기 돌리기, 먹은다음 그릇 물에 담가놓기 정도는 이제 스스로 하더군요.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훗날 그 어떤 것보다 큰 배움과 힘으로 자리잡았길 바래봅니다. 



'모든 어려움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이 과정에서 배우는게 있다면 이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라며 스스로를 위로해보았습니다. 그래도 내년에는 상황이 조금은 더 나아졌으면 좋겠고 아이를 맘편하게 학교보낼 수 있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내년엔 캠핑도, 늘 가던 토론토로 떠남도, 좋아라하는 바닷가 여행도 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모두 아프지 않고 이 시기를 잘 견디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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