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햄스터가 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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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햄스터가 사라졌어요.

by 영어덕후 2021. 4. 11.

햄스터 실종사건

아이들이 동물을 키워보고 싶어했었는데, 지인이 이사를 가면서 햄스터를 마침 주게 됩니다. 그래서 처음 키우게되는데, 키우다보니 너무 귀여워서 한 마리 더 키워보자는 야심찬 생각이 들게 되어 하나 더 사게됩니다. 이 아이의 이름은 쿠키입니다.

밤에 시끄럽게 나는 햄스터 쳇바퀴 돌아가는 소리도 다 참고 지내는데요. 아이들이 얼마나 이뻐하고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정성과 사랑을 듬뿍받으며 행복하게 지내는데요, 엊그제 이 녀석이 실종되는 사고가 생겼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딸아이가 만지고 데리고 놀고는 문닫는 걸 까먹은 거죠. 이 사실을 모른채 모두가 잠이 들었고, 야행성인 우리집 햄스터는 새벽에 조용히 나와 유유히 사라집니다.

처음 일어난 일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그 어디에도 흔적이 없어서 쉽게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당연히 팬트리에 있으려니 생각했었는데 팬트리를 정말 뒤짚어엎고 싹 다 찾아보았는데, 팬트리에는 오지도 않은 느낌이었어요. 모든 틈새를 다 확인해보고 심지어 냉장고까지 꺼내 보았지만, 냉장고아래 먼지 청소만 했을뿐 영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하자, 아들래미가 눈물까지 보였습니다.

이제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를텐데.... 급기야 남편이 '차고로 나간건 아니냐'는 이야기를 해 온 가족의 마음이 어두워지기시작합니다. 집 안 어딘가에 있을거란 희망마저 점점 사라져갈 즈음, 한 손엔 후레쉬 다른 한손엔 긴 자를 들고 이 엄마가 구석구석을 다 쑤셔보기로 합니다. 가장 심증이 가는 곳은 음식물이 엄청 떨어졌을거같은 오븐 밑이였습니다. 우리집 햄스터는 식성이 좋기 때문에 낮에 자다가도 중간 중간일어나 졸면서 먹었기 때문에, 음식물이 많은 곳이 아니라면 먹을거 찾으러 나왔을 거 같았거든요.

자로 쑤시는데 콧수염이 막 흔들리는 거 포착.

목말랐을까봐 얼른 물 부터 주었습니다.

오븐 서랍을 빼고 나니 오븐 옆에 이런 구멍이 있었네요.  바닥은 예상대로 엄청 드러웠습니다. 하루 집나간  쿠키의 모습은 영락없는 노숙자였습니다. 

이렇게 다행히도 이 사건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가 되고 함께 지내는 동안 더 많은 추억을 쌓고 더 잘해줘야겠다는 다짐까지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앞으로 더 이뻐해 줘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아들래미의 축구경기와 나의 헌터 부츠이야기

한 십년전 헌터 부츠가 엄청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당시 왠 어부 부츠같아보이는 고무부츠의 가격이 이렇게 비싸다는 것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아 차마 살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헌터부츠를 사고 싶다는 생각에 쭈욱 하게 됩니다. 당시에는 돈 없던 유학생시절이라 꿈도 못꾸고 그렇게 헌터부츠와는 연이 아니라며 마음을 접게됩니다.

시간이 흘러, 아직도 비오는 날이면 헌터부츠 신은 사람을 볼 때마다 마음이 살랑거리며, 산다면 무슨 색을 살까 혼자 시키지도 않은 고민을 해봅니다. 오랜 고민 끝에 '산다면 튀는 빨강을 사리오'라며 결정도 미리 내렸습니다. 

몇년 전 노드스트롬랙(백화점 상품이 이월되며 싸게 나오는 스토어)에 운명적 빨간 헌터부츠를 보게되고 이건 운명이라며 집어오게됩니다. 하지만 막상 운전할때도 좀 불편해서 신을 일이 많이는 없는데, 딱 아들래미의 축구경기중 비가오는 날이면 이날이 바로 그날인거죠. 젖은 운동장에 운동화신으면 진짜 양말까지 다 젖어오는데, 요 헌터부츠신으면 진짜 물에 발 젖을 일이 없다는 것 아닙니까. 오늘 날씨를 보며 오늘은 헌터부츠 신는날이라며 좋아했습니다.

흐린 날 나홀로 쨍한 빨강을 신었습니다

오늘이 바로 비오는 아들의 축구경기 날이 저에게는 헌터부츠 신는 날이 었습니다.

아들의 이번 시즌 첫 축구경기

이 축구경기에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무슨 국가대항전 방불케할 정도로 온 가족들이 모여서 아이들을 응원하는데요. 누가보면 국가대표선수들 경기인 줄 알정도로 가족들의 관람열기가 대단합니다. 간이의자 각자 트렁크에 실고는 직접 매고 와서 이렇게 앉아서 같이 응원하다보면, 재미있긴합니다. 특히 내 아들이 공을 잡고 뛰어갈땐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기도 하고요.  잘못된 심판의 판정에 같은 팀부모끼리, 저건 진짜 아니지 않냐며 서로 똘똘 뭉치기도 합니다.

부모들의 관람 열기

축구를 왜 하는지 왜 보는지 1도 이해못하는 딸은 책을 잔뜩 챙겨왔더군요. 오랜세월 경험에 아주 자기 물건을 잘 챙겨옵니다. 

이렇게라도 책을 조금은 읽는군요

잔잔한 하루에 나름 사건 사고도 많이 일어났네요. 며칠 비가 온다기에 잔디씨를 좀 잘 뿌려, 잔디 복구에 힘써야겠습니다. 이번 주말도 빛의 속도로 시간이 흘러갈거같아요. 벌써 토요일 밤이 되어가는게 아쉽네요. 모두 좋은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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