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Little Lies로 유명한 리안 모리아티의 신작 Nine Perfect Strangers를 읽었는데요.
책의 무게부터 두둑하고 시작부터 다양한 주인공이 차례대로 등장해서 초반에는 조금은 부담이되는 리안 모리아티 다운 책이었는데요 . 중간부터는 총 450페이지의 길이감따위는 느껴지지 않을만큼 흡입력이 강한, 페이지가 술술넘어가는 책입니다.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책의 뒷 내용이 궁금해서 한 번시작하면 내려놓기가 힘들정도로 흥미진진했어요. 다소 마지막이 급하게 마무리지은듯 끝이나서 조금은 아쉽긴했습니다만, 다양한 캐릭터 잡는 기술과, 전혀 상관없는 주인공들의 삶이 얽히고 설키게 되는 이벤트설정, 클라이맥스만큼은 아주 기가막히게 잘하는 작가 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제목에서 암시하듯 총 아홉명의 캐릭터(nine)가 등장합니다. 말 그대로 서로를 전혀모르는 완벽한 타인(perfect strangers) 입니다. 총 아홉의 전혀 다른 타인들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평온의 집을 찾아오고 서로를 전혀 모르던 이 아홉명은 이 곳에서 서로의 아픔과 문제를 공유하게됩니다.
프랜시스 - 50대의 한물간 로맨스 소설 여작가
이미 두번의 이혼을 경험하는 그녀는 온라인에서 앱을 통해 만난 남친에게 사기를 당해 마음은 물론 거액의 돈까지 털린 상태입니다. 게다가 최신작에는 안좋은 온라인 리뷰까지 화제가 되어, 커리어마저 어디로 가는지도 알길이 없는 정말 말 그대로 제대로 인생의 쓴 맛을 경험하던 차에, 친구의 소개로 알게된 평온의 집에서 살이나 조금 빼고 쉬고 오자는 심산으로 찾아갑니다.
벤 & 제시카 - 부부 복권당첨으로 부자가된 차를 가장 아끼는 남편과 외모 집착 성형녀이자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아내.
벤은 트럭 운전수였다가 복권당첨으로 졸부가 되어 원하는 자동차를 구입하고 애지중지하며 살지만, 아내의 외모 강박과 집착이 이해되지 않고, 사이가 점점 멀어집니다. 제시카는 벤과 고등학교부터 연인이었다 현재는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로 활동합니다. 누가봐도 다시 돌아볼만한 미인이지만, 외모 강박과 집착으로 계속 성형을 해오나 마음은 갈수록 외롭고 초라해집니다. 그녀는 이곳에서 남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 찾아옵니다.
나폴레옹, 헤더 & 조이 - 전직 고등학교 교사아빠, 엄마 그리고 딸
유일한 가족인데요. 특별나 보일게 하나 없는 이 가족에게는 어느 누구에게도 말 못한 아픔이 있는데요. 바로 조이의 쌍동이 오빠의 자살입니다. 복용하던 약의 부작용으로 인해, 자살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아들이 어느날 자살하고 그 아픔을 잘 극복하지 못한채 마음에만 뭍어놓고 살아온 가족입니다.
카멜- 젋은 여자를 쫓아 버림받은 네 딸의 엄마.
출산으로 불어난 살과 망가진 몸으로 인해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그 사이 남편이 젊고 이쁜 여자를 찾아 떠났다고 생각하죠. 그녀는 시시때때로 솓구치는 화를 통제못하고 자기비하에 빠져있던 중 이곳에서 제대로 살도 빼고 새 여자로 거듭나기로 마음 먹죠.
토니- 왕년에 잘 나갔던 풋볼 선수, 지금은 별볼일없는 이혼남
라스 - 이 곳의 비밀을 파헤치려온 게이기자
이 아홉 명은 각기 본인의 삶의 아픔과 고통에 이미 마음도 몸도 너덜너덜해진 상태였으나 다시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희망에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게 도와준다는 럭셔리 힐링휴양및 인생역전프로그램 '평온의 집(Tranquillum House)'을 찾아갑니다.
As soon as she arrived at Tranquillum Hose she would need to "hand in" her "device." It would be a digital detox, along with everthing else. She was going "off the grid." (p.31)
평온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프랜시스는 갖고 있던 전자기기를 다 건네야했습니다. 모든 디톡스와 함께, 전자기기 디톡스라네요. 오지생활체험을 하는거였네요.
스파와 마사지로 아주 평온한 열흘을 보낼거라는 예상과 달리 첫날부터 핸드폰, 아이패드, 컴퓨터 모든 전자기기를 압수당합니다. 전자기기 디톡스라나요. 심지어 술, 약, 초콜렛, 소설책까지 모두 압수당한채 자유라고는 단 일도 없는 생활을 시작합니다.
기상시간 취침시간, 자다가 깨서 해야하는 명상시간, 먹어야하는 음식까지 모두 다 따라야하는 이곳. 단 하루도 견디기가 힘든데 과연 현실세계에서 상처로 가득한 이들에게 마음의 평온이 찾아올것인가가 진정 의심스러워집니다. 하지만 평온의 집 원장 마샤는 이 열흘 후엔 새로운 나로 거듭태어날 것이라고 계속 안심을 시킵니다.
"In ten days, you will not be the person you are now." ... "Please, please, please, let that be true, please, please, please, let me become someone other than this. (p. 171)
"열흘후면, 지금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될겁니다."..." 제발, 제발,제발, 그말이 사실이었으면, 제발 제발,제발, 내가 지금 이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길."
더 이쁘고 젊은 여자때문에 남편이 떠난 카멜은 원장 마샤의 말이 진실이기를 바라며, 자신이 몸이 변화하고 얼굴이변화하여 진정 예뻐져서 다른 사람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하지만, 평온의 집 원장 마샤, 야오, 딜라일라. 평온의 집에서 일하는 이들 모두 다 평범하지 않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 프로그램을 만든 원장 마샤도 제정신이 온전히 박힌 사람이 아닌 것같은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급기야 그들이 마시는 스무디에 약물을 탄 것까지 밝혀집니다.
She turned to Masha. She said, "Have you been medicating us?" (p.225)
헤더는 마샤를 향합니다. "그동안 우리를 약물 타서 먹였나요?"
아픔을 어루만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내면에부터 더 끄집어내는 곳이었던 거죠.
소설의 전반부에서 느껴지는 멜로드라마의 느낌은 온데간데 없이 소설의 장르가 스릴러로 바뀐듯한 느낌이 확연히 드는데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이미 소설의 후반부입니다. 소설가의 전작 'Big Little Lies' 나 'My Husband's Secret' 을 읽을때는 반전 결말에서 탄성이 나왔었거든요. 아쉽게도 이 소설에서는 그정도의 임팩트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다소 조금 시시하게 끝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목은 서로가 완벽하게 모르던 사이(perfect strangers)에서 서로를 만나게 되었음을 암시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다들 불완전한 주인공들이 실제로는 완벽한(perfect) 존재였음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요. 다들 완벽한 존재인 타인들을 의미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평온의 집에 있는 직원보다는 더 완벽한 사람들임에는 분명합니다.
리안 모리아티 책의 영어는 항상 그렇듯 참 어렵지 않은 단어로, 저렇게 길게 소설을 쓰고, 찰진 대사 중심으로 이야기를 쉽게 풀어가는 소설가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쉽게 읽힙니다. 내용이 길어서 시작하기에 조금 부담스러울 수는 있을지 모르나, 소설의 초반부만 넘기면 나머지는 그냥 읽히는 소설 같아요. 전작만큼은 이야기의 개연성의 탄탄함이 없다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지만 누구나 겪었을 아픔들을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선보이고 그 아픔을 이해하는 재미는 있었습니다.
티비쇼는 기다렸다가 책 다 읽고 본다고 봤는데 책보다 더 재미없었다는.. 슬픈 이야기를 하며 이만 마치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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