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lockdown이 시작되고 온 식구가 집콕생활을 시작하고 나니
뒷 야드에 좀 나무를 심어서 프라이버시라는 걸 좀 구축해보자란 생각이 들어 시작 되었죠.
이른바 '프라이버시 가든 프로젝트'
삽질 싫어라하는 남편을 꼬시고 얼르고 달래서 시작한 삽질.
삽질보다 더 힘들었던 건 이미 자란 잔디를 파내는 것.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 줄이야.
손으로 뽑아도 보고, 삽으로 파도 보고, 잔디를 파내서 엎어도 보고.
날은 또 왜이렇게 더웠냐고요. 처음엔 뭣 모르고 오후에 파다
조금 요령이 생긴이후로는 해진후, 해 뜨기전에만 적당히 하고 매일 조금씩으로 전략을 바꾸었지만
성격상 빨리 해버리고 해치우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그 기다림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는 김에 지저분하던 가든의 에지도 다듬고요
멀치도 새걸로 깔끔하게 깔아주었습니다.
덱주변 제가 괜히 작약을 심는바람에 잔디깍는 것만 힘들어졌다는 남편의 불만을 해소해주고자
덱 주변 잔디도 없애고 가든을 만들었습니다. 어쩌다보니 이것저것 더 많이 심은거 같네요.
이곳은 결자해지라고 제가 일을 어렵게 만들었으니 내가 해결한다 큰 소리 땅땅 쳤는데 처음해보는 잔디없애기라 사실 너무 힘들었습니다.
너무 더운 날도 있었고 또 어떤 날은 비가 와서 못하기도 했고요.
일단 잔디를 없애고 나니, 그 다음 관문은
무엇을 심을까였습니다. 가든 초보인 저는 매일 그림을그리고 이걸 심으려고 마음먹었다가 다음 날이되면 왜 또 마음이 바뀌던지. 이 갈대같은 마음으로 매일 남편에게 이야기를 하면 '다 정해진 후 이야기하라'는 단칼의 냉정한 대답.
그 과정이 계속 반복되는 일상이었습니다
의견을 나눌 때마다 같은 생각으로 같은 방향으로 두 사람이 잘 가기란 이렇게 어려운 일이란 걸 절감하면서
그 어려운 과정을 거쳐 가든이 완성되었습니다.
짜잔.
무엇을 심을까란 고민이 컸는데
결국은 라임라잇 수국.
키도 적당히 사람 키만큼 커지는 데다가 무엇보다 여름내내 꽃이 핀다는 점. 하루종일 해를 받는 곳에서도 잘 자란다는 점. 장점이 많았고, 가든 만들려는 곳이 워낙 해를 하루 종일 받는 곳이었기에 딱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꽃이 피기전까지만해도 이걸 심기 잘한건지 뭐한건지 확신이 서질 않았었는데
꽃이 피는 순간 심기 잘했다면 볼 때마다 어찌나 뿌듯하던지.
하지만 기쁨도 잠시,
어느 무더운 여름날, 밤사이 사슴이 수국의 꽃을 모조리, 남김없이 먹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하늘도 아니 사슴도 무심하시지.
왜 저한테 아니 왜 제 가든에 이러시는 건가요?
사슴 못오게 하는 약을 뿌리자고 마음먹었다, 아니, 거기에 돈을 또 쓰냐싶어 망설이던 사이, 다음날 거즌 몽당연필수준으로 다 먹어치웠네요.
올해는 그래도 여기까지 한 것에 만족하는 걸로.
시작은 미비해도 끝은 창대하리라.
분명 오년후에는 더욱 아름다워질 것같아요.
내년엔 흐드러지게 핀 수국가든의 사진을 올릴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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