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가드닝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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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하루하루 million tiny little things/우리집 가든

첫 가드닝 도전기

by 영어덕후 2020. 8. 29.

지난 5월 lockdown이 시작되고  온 식구가 집콕생활을 시작하고 나니

뒷 야드에 좀 나무를 심어서 프라이버시라는 걸 좀 구축해보자란 생각이 들어 시작 되었죠.

 

이른바 '프라이버시 가든 프로젝트'

삽질 싫어라하는 남편을 꼬시고 얼르고 달래서 시작한 삽질.

삽질보다 더 힘들었던 건 이미 자란 잔디를 파내는 것.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 줄이야.

손으로 뽑아도 보고, 삽으로 파도 보고, 잔디를 파내서 엎어도 보고.

 

날은 또 왜이렇게 더웠냐고요. 처음엔 뭣 모르고 오후에 파다

조금 요령이 생긴이후로는 해진후, 해 뜨기전에만 적당히 하고 매일 조금씩으로 전략을 바꾸었지만

성격상 빨리 해버리고 해치우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그 기다림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는 김에 지저분하던 가든의 에지도 다듬고요

멀치도 새걸로 깔끔하게 깔아주었습니다.

 

 

덱 주변 

덱주변 제가 괜히 작약을 심는바람에 잔디깍는 것만 힘들어졌다는 남편의 불만을 해소해주고자

덱 주변 잔디도 없애고 가든을 만들었습니다. 어쩌다보니 이것저것 더 많이 심은거 같네요.

이곳은 결자해지라고 제가 일을 어렵게 만들었으니 내가 해결한다 큰 소리 땅땅 쳤는데 처음해보는 잔디없애기라 사실 너무 힘들었습니다. 

 

너무 더운 날도 있었고 또 어떤 날은 비가 와서 못하기도 했고요.

 

일단 잔디를 없애고 나니, 그 다음 관문은

무엇을 심을까였습니다. 가든 초보인 저는 매일 그림을그리고 이걸 심으려고 마음먹었다가 다음 날이되면 왜 또 마음이 바뀌던지. 이 갈대같은 마음으로 매일 남편에게 이야기를 하면 '다 정해진 후 이야기하라'는 단칼의 냉정한 대답.

그 과정이 계속 반복되는 일상이었습니다

 

의견을 나눌 때마다 같은 생각으로 같은 방향으로 두 사람이 잘 가기란 이렇게 어려운 일이란 걸 절감하면서

그 어려운 과정을 거쳐 가든이 완성되었습니다.

 

짜잔. 

 

이러쿵 저러쿵 만들어진 가든의 첫 모습

무엇을 심을까란 고민이 컸는데

결국은 라임라잇 수국. 

키도 적당히 사람 키만큼 커지는 데다가 무엇보다 여름내내 꽃이 핀다는 점. 하루종일 해를 받는 곳에서도 잘 자란다는 점. 장점이 많았고, 가든 만들려는 곳이 워낙 해를 하루 종일 받는 곳이었기에 딱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임라잇 수국

 

꽃이 피기전까지만해도 이걸 심기 잘한건지 뭐한건지 확신이 서질 않았었는데

꽃이 피는 순간 심기 잘했다면 볼 때마다 어찌나 뿌듯하던지.

 

하지만 기쁨도 잠시,

 

사슴의 피해를 거쳐간 가든

어느 무더운 여름날, 밤사이 사슴이 수국의 꽃을 모조리, 남김없이 먹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하늘도 아니 사슴도 무심하시지.

왜 저한테 아니 왜 제 가든에 이러시는 건가요?

 

사슴 못오게 하는 약을 뿌리자고 마음먹었다, 아니, 거기에 돈을 또 쓰냐싶어 망설이던 사이, 다음날 거즌 몽당연필수준으로 다 먹어치웠네요.

 

올해는 그래도 여기까지 한 것에 만족하는 걸로.

시작은 미비해도 끝은 창대하리라. 

분명 오년후에는 더욱 아름다워질 것같아요.

 

내년엔 흐드러지게 핀 수국가든의 사진을 올릴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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